돌베개의 자리에서 시작된 예배
[창세기 28:15]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야곱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태어날 때부터 형 에서의 발꿈치를 붙잡고 태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형의 것을 빼앗고자 했고, 장자권은 팥죽 한 그릇으로 얻었으며, 아버지의 축복조차도 거짓으로 가로채는 삶을 살았습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듯 보였지만, 그 모든 결과는 그를 도망자의 인생으로 이끌었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광야 한복판에 돌 하나를 베고 자야 할 만큼 철저히 무너진 그의 인생. 그 자리가 바로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본문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곳, 그 실패와 외로움의 한복판에 하나님이 찾아오십니다. 야곱이 구한 것도, 회개한 것도 아닌데, 하나님께서는 먼저 말씀하시고, 먼저 약속하시며, 먼저 그의 인생 가운데 개입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어디를 가든지 너를 지키겠다, 너를 떠나지 않겠다." 이것은 인간의 조건과 공로를 초월한 전적인 은혜의 약속이었습니다.
그 하나님의 약속 앞에서 야곱은 달라졌습니다. 돌베개를 예배의 기둥으로 삼고, 기름을 부어 그 자리를 벧엘(하나님의 집)이라 이름합니다. 처음으로 그는 하나님 앞에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서원하는 삶을 시작합니다. 철저한 실패자가 하나님을 만남으로 참된 순례자의 인생으로 바뀌는 그 전환점이 바로 이 장면입니다.
야곱의 이야기는 단지 먼 옛날의 한 인물의 인생사가 아닙니다. 우리 역시 자신만의 계획과 노하우로 인생을 설계하지만, 어느 순간 철저히 무너지는 자리에 이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가 끝이 아닙니다. 도망자의 자리일지라도, 하나님은 그 자리를 새로운 시작의 자리, 예배의 자리로 바꾸십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실패의 자리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다시 시작되는 자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욕망과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살아갈 때, 우리 역시 순례자의 인생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혹시 광야 한복판에서 돌베개를 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그 자리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지키며, 결코 떠나지 않겠다." 바로 그 약속이,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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