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202 [여호수아 11:1-15]
2026-02-02 06:17:57
광주제일교회
조회수   17

검은불꽃 이미지.jpeg

말씀을 따라 끝까지 걷는 순종

“여호와께서 그의 종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을 모세는 여호수아에게 명령하였고 여호수아는 그대로 행하여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모든 것을 하나도 행하지 아니한 것이 없었더라.”[여호수아 11:15]


   신앙의 길에서 가장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은 모든 것이 무너질 때가 아니라, 한 고비를 넘겼다고 느끼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했고, 고백할 말도 분명히 남아 있지만, 삶은 우리에게 충분히 숨을 고를 틈을 주지 않습니다. 여호수아 11장은 그러한 자리에서 우리를 멈춰 세웁니다. 남쪽 전쟁을 마친 이스라엘 앞에 북쪽의 왕들이 연합하여 몰려옵니다. 성경은 그 수를 “해변의 모래 같이 많다”고 말합니다. 이는 공포를 과장하려는 표현이 아니라, 인간의 계산과 대비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언어입니다. 그 앞에서 하나님은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시고, 다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현실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지만, 우리의 시선이 현실에 붙들려 말씀이 흐려지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믿음은 문제가 사라질 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그대로 있는 자리에서 말씀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통해 깊어집니다.

   전쟁의 결과보다 더 오래 남는 장면은 승리 이후에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말의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사르라는 말씀은,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지시라기보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님의 물음처럼 들립니다. 병거와 말은 눈에 보이는 힘이었고, 다시는 지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장치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안전장치를 남겨 두지 않게 하십니다. 이는 이스라엘을 약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마음이 다른 곳에 묶이지 않도록 지켜 주시려는 은혜였습니다. 여호수아는 이 명령 앞에서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는 승리의 순간에도 자신을 확장하지 않고, 여전히 하나님 앞에 자신을 묶어 둡니다. 순종은 불안할 때만 하나님을 찾는 태도가 아니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에도 말씀을 놓지 않는 자세임을 여호수아의 걸음은 조용히 보여 줍니다.

   본문 15절은 여호수아의 업적을 칭찬하는 문장이 아니라, 그의 삶이 어디에 고정되어 있었는지를 증언하는 말씀입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순종의 무게를 조절하지 않았고, 필요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가볍게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두려움의 자리에서도, 승리의 자리에서도 그는 같은 방향을 향해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은 그의 인생을 규정하지 못했고, 순종이 그의 삶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성경은 순종이 모든 문제를 제거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순종은 문제가 우리의 정체성이 되는 것을 막아 줍니다. 말씀이 삶의 중심에 놓일 때, 싸움은 제자리를 잃고 삶은 다시 정돈됩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는 무엇을 붙들고 안심하려 하는지,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말씀 앞에 서 있는지를 가만히 돌아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많이 이긴 사람으로 부르지 않으시고, 말씀을 따라 끝까지 걷는 사람으로 부르십니다.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