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123 [여호수아 3:14-17]
2026-01-23 06:25:14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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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끊어지고 길이 열리다

“요단이 곡식을 거두는 시기에는 항상 언덕에 넘치더라 궤를 멘 자들이 요단에 이르며 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이 물가에 잠기자”[수 3:15]


  요단강 앞에 선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은, 약속을 이미 들었으나 아직 현실은 그대로인 신앙인의 자리를 그대로 비추어 줍니다. 하나님은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지만, 그 말씀은 곧바로 길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백성은 그 앞에서 멈춰 서 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신앙은 가장 정직한 얼굴을 드러냅니다. 믿음은 약속의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약속을 말씀하신 하나님을 지금 이 자리에서 얼마나 신뢰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요단강은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하나님을 내가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믿고 있는지, 아니면 그분께 삶을 맡기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거울과도 같았습니다.

  성경은 이 긴장된 순간에 길이 먼저 열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이 요단 물가로, 더 정확히 말하면 물속으로 발을 내딛었을 때 물이 끊어졌다고 증언합니다. 본문은 그 믿음의 질서를 분명히 보여 줍니다. “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이 물 가에 잠기자 곧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던 물이 그쳐서.” 순종이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앞에 들어간 순종 위에 하나님께서 길을 여신 것입니다. 이는 믿음이 무모한 도전이 아님을 말해 줍니다. 믿음은 상황을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라, 아직 변하지 않은 현실 앞에서도 하나님이 앞서 계심을 신뢰하는 태도입니다. 제사장들의 발걸음은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 일을 시작하신 분이심을 인정하는 고백이었고, 하나님은 그 고백 위에서 강물을 멈추게 하셨습니다.

  요단강은 그날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하루에도 약속은 이미 들었지만 현실은 아직 움직이지 않은 요단들이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맞닥뜨리는 일들,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염려와 미루어진 순종의 자리들이 그렇습니다. 여호수아 3장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길을 당장 열어 보이기보다, 먼저 하나님이 어디에 계시는지를 바라보게 합니다. 강은 아직 흐르고 있지만, 하나님은 이미 그 앞에 서 계십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열린 길이 아니라, 앞서 계신 하나님입니다. 그분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이 하루를 맡겨 드릴 때, 언제인지 모를 그때에 물은 끊어지고 길은 열릴 것입니다. 믿음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조용히 자라납니다. 오늘하루도 그렇게 살아내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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