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함을 기도로, 기도를 평안으로
[사무엘상 1:10]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오늘 우리는 사무엘상 1장 1-18절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떤 자리에서 당신의 역사를 시작하시는지를 묵상합니다. 사무엘상은 사사 시대의 혼란이 끝나가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모두가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시대, 영적 질서가 무너지고 하나님 백성다운 모습이 흐려진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새로운 시대를 왕궁이나 전쟁터가 아니라, 한 여인의 눈물과 기도에서 열어 가십니다.
한나는 자식이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자녀 없음은 단순한 개인적 아쉬움이 아니라 깊은 수치와 상실로 여겨졌습니다. 더욱이 브닌나는 그 결핍을 반복해서 찌르며 한나를 괴롭게 했고, 남편 엘가나는 사랑은 했지만 그녀의 깊은 슬픔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한나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 예배하는 가정, 부유한 가정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 중심에는 말할 수 없는 상처와 눈물이 있었습니다.
이 모습은 오늘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안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핍과 상처를 안고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비교 속에서 무너지고, 누군가는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 채 홀로 아파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하나님께서 바로 그런 자리를 외면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은 한나의 눈물을 아셨고, 그 닫힌 자리에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셨습니다.
한나의 위대함은 고통이 없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녀의 위대함은 그 고통을 하나님께 가져갔다는 데 있습니다. 한나는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했습니다. 그녀는 하나님 앞에 자기 심정을 쏟아놓았습니다. 정리된 말이 아니라, 진실한 영혼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를 기억하소서, 나를 잊지 마소서"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기도는 단순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요구가 아니라, 하나님께 자기 인생을 다시 드리는 기도였습니다. 하나님이 아들을 주시면, 그 아이를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합니다. 응답을 소유로 붙드는 것이 아니라, 사명으로 돌려드리는 기도였던 것입니다.
기도 후에 한나의 상황은 즉시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달라졌습니다. "가서 먹고 얼굴에 다시는 근심 빛이 없더라." 이것이 기도의 은혜입니다. 기도는 언제나 먼저 상황을 바꾸기보다, 기도하는 사람을 바꿉니다. 하나님께 맡긴 사람은 여전히 현실 속에 살지만, 그 현실에 짓눌리지 않습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이 들으신다는 믿음이 평안을 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도 같은 은혜를 누리기 원합니다. 우리의 원통함을 사람 앞에서만 맴돌게 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 가져가야 합니다. 비교와 상처 속에서 더 메말라지지 말고, 하나님 앞에 심정을 쏟아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맡긴 뒤에는 다시 얼굴을 들고, 주께서 주시는 평안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한 사람의 진실한 기도를 통해 가정과 교회와 공동체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시는 분이십니다.
한나의 기도는 한 가정의 문제 해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기도를 통해 사무엘이 태어났고, 사무엘을 통해 이스라엘의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도전을 줍니다. 오늘 우리의 눈물의 기도도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결핍의 자리를 은혜의 자리로, 원통함의 자리를 기도의 자리로, 기도의 자리를 평안의 자리로 바꾸시는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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