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318 [룻기 1:6-14]
2026-03-18 06:27:09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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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나님께로

“그 여인이 모압 지방에서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시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 함을 듣고 이에 두 며느리와 함께 일어나 모압 지방에서 돌아오려 하여” [룻기 1:6]


  무너진 자리에도 하나님의 소식은 여전히 들려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자리,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이는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향한 돌보심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나오미가 들은 것은 거창한 변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다시 기억하셨다는 한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식 하나가 깊이 꺼져 있던 마음을 흔들어 깨웁니다. 여전히 비어 있는 삶, 여전히 남아 있는 상실 속에서도 그녀는 다시 길을 나섭니다. 신앙은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시작되는 결단이 아니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자리에서 하나님이 여전히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붙들고 방향을 돌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믿음은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의 발걸음을 다시 하나님께로 향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때로 큰 음성이 아니라, “여전히 돌보고 계신다”는 작은 소식으로 우리를 다시 부르십니다.

  길 위에 서면 마음은 반드시 갈라집니다.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오르바도 울었고 룻도 울었습니다. 둘 다 사랑했고, 둘 다 아파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오르바는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고, 룻은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길을 붙듭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신앙의 본질을 조용히 비추어 줍니다. 믿음은 감정의 깊이나 결심의 강도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서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길은 언제나 선명하지 않고, 때로는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길입니다. 계산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며, 때로는 손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이 하나님께로 향한 길이라면, 그 선택은 이미 은혜 안에 있는 선택입니다. 룻은 모든 것을 이해해서 따라간 것이 아니라, 다 알지 못해도 하나님께로 이어진 길이라는 것을 붙들고 걸어갑니다. 믿음은 확신이 다 채워진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과 두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하나님께 두는 데서 자라납니다.

  하나님은 돌아가는 길 위에서 일을 시작하십니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그 걸음 위에 이미 하나님의 섭리가 놓여 있습니다. 나오미는 단지 돌아가고 있었고, 룻은 단지 붙좇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 평범하고도 무거운 걸음이 하나님의 구속의 이야기를 여는 시작이 됩니다. 사순절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가. 여전히 익숙함과 안전함 속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불완전하고 설명되지 않는 자리일지라도 하나님께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가. 신앙은 완전해진 이후의 결단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께로 향하는 조용한 순종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마음의 깊은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께로 걸음을 옮길 때 하나님은 그 길 위에서 새 일을 시작하십니다. 그러므로 낙심에 머물지 말고, 아직 다 알지 못해도,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어도, 다시 하나님께로 향하는 그 한 걸음을 내딛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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