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51202 [막 6:42-43]
2025-12-02 06:28:25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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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불꽃 이미지.jpeg

새로운 풍요를 누리다

[마가복음 6:42-43]
다 배불리 먹고 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오천 명을 먹이신 사건은 단지 놀라운 능력의 표지가 아니라, 그 안에 조용히 흐르는 하나님의 마음을 비추어 주는 창입니다. 예수님은 굶주린 무리를 바라보실 때 그들의 빈 배보다 먼저 그동안 어디에도 기댈 수 없어 지쳐 있던 영혼의 허기를 보셨습니다. 길 잃은 양처럼 흩어져 있던 이들에게 다가가셔서, 떡을 나누기보다 먼저 말씀으로 마음을 일으켜 세우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겉모습보다 마음의 깊은 상처와 갈증을 먼저 보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말씀으로 채우신 후에 “다 배불리 먹게 하심”으로, 영혼과 육체 모두를 따뜻하게 품으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 주셨습니다. 이 기적은 배부름이라는 단순한 결과 너머, 주님이 우리를 얼마나 깊이 돌보고 계시는지 보여 주는 은혜의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풍요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완전함이 아니라, 초라해 보이는 현실에서 열립니다. 예수님께 내어놓았던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누가 보아도 부족하고, 소년 하나의 도시락을 넘어서지 못하는 조그만 손바닥만 한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은 계산했고, 가능성을 따져 보았고, 늘 그렇듯 “이것으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작은 것을 받으시고, 감사하시고, 떼어 나누셨습니다. 부족함이 한계가 아니라 은혜의 통로가 되는 순간은 언제나 주님의 손길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나누어지는 떡마다 주님의 마음이 실렸고, 그 떼어짐 끝에서 오히려 ‘남음의 은혜’가 흘러나왔습니다. 열두 바구니에 차고 넘친 그 남은 조각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서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일하신다는 표징입니다. 우리의 작은 시간, 작은 마음, 작은 손길일지라도 주님께 올려드릴 때 그 안에 담겨 있던 풍요가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우리의 결핍이 아니라, 그 결핍을 품으시는 주님의 손입니다. 삶이 빠듯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고, 때로는 가진 것이 미약해 보일 때에도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것을 내게 가져오라.” 우리가 주님의 손에 들려질 때, 감사로 떼어져 나갈 때, 그리고 누군가와 나누어지는 순간마다 하나님 나라의 넉넉함이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듭니다. 풍요는 더 많이 소유할 때가 아니라, 주님의 손길에 붙들릴 때 시작됩니다. 오늘도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열두 바구니에 가득 담긴 남음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하며, 부족함이 아니라 주님의 풍성한 사랑을 기준으로 하루를 걸어가는 복된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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