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너머 불어오는 바람
[이사야 11:1]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
상실은 어제의 한 장면으로만 남지 않고, 오늘 아침을 맞이하는 우리의 숨결과 시선까지 흔들어 놓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눈을 뜰 때, 이전과 같지 않은 현실이 먼저 마음에 걸리고, 여전히 비어 있는 자리들이 우리를 멈칫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사야 11장의 말씀은 바로 그 아침에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다윗 왕가가 잘려 나가고 미래를 말할 근거가 사라진 시대에 하나님은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난다”고 선언하십니다. 이는 어둠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은 이미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고요한 증언입니다. 상실로 인해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이는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오늘을 다시 시작할 이유를 우리에게 주십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꺾인 자리 아래에서 이미 작은 생명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새로움은 우리의 결심이나 감정의 반등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그 위에 여호와의 영이 강림하시리라.” 하루를 살아갈 힘은 우리의 마음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오늘도 불어오게 하시는 성령의 바람에서 옵니다. 이 바람은 요란하지 않을지라도, 굳어 있던 마음을 풀고 정체된 생각에 숨을 트이게 합니다. 상실의 시간 이후에 맞는 아침은 종종 방향 감각을 잃게 하지만, 여호와의 영은 지혜와 총명으로 오늘을 해석할 눈을 주시고, 모략과 재능으로 오늘 감당해야 할 한 걸음을 보게 하시며, 여호와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중심을 다시 하나님께 두게 하십니다. 그래서 성령의 바람이 부는 아침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날이 아니라, 다시 걸어갈 이유가 분명해지는 날입니다.
이 예언이 가리키는 분은 분명합니다. 이새의 줄기에서 난 싹,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는 가장 완전한 조건 속에서 오신 분이 아니라, 상실과 단절의 역사 한복판에서 오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 우리에게 불어오는 바람은 막연한 긍정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시작된 소망의 현실입니다. 상실은 여전히 우리의 곁에 남아 있을지라도, 그 상실이 오늘을 결정하도록 내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꺾인 자리에서 싹을 틔우시고, 성령의 바람으로 우리의 하루를 다시 앞으로 움직이게 하십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이렇게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 이 상실 너머에서 불어오는 당신의 바람을 느끼게 하시고, 그 바람이 이끄는 방향으로 오늘의 한 걸음을 내딛게 하옵소서.” 이 기도가 우리의 아침을 소망으로 밝히고, 오늘을 살아낼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이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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