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51215 [마 11:2-6]
2025-12-15 06:10:06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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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보게 되는 틈

[마태복음 11장 4–5절]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신앙의 여정에서 가장 깊은 질문은 믿음이 사라졌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믿음으로 살아왔기에 피할 수 없이 찾아옵니다. 세례 요한은 하나님을 향한 확신이 부족해서 질문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광야에서 하나님의 뜻을 외쳤고, 메시아를 증언했으며, 자기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길을 선택해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옥에 갇혔을 때, 삶은 멈춘 것처럼 보였고 하나님의 일은 멀어진 듯 느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요한은 묻습니다.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이 질문은 믿음을 버리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믿음을 끝까지 붙들고 싶어 하는 영혼의 고백이었습니다. 신앙은 언제나 명확한 답으로만 유지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틈, 이해되지 않는 공백 속에서 믿음은 다시 숨을 쉽니다.

   예수님은 요한의 질문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십니다. 책망이나 논증으로 답하지 않으시고, 이미 이 땅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나님의 일을 보게 하십니다. “듣고 보는 것을 전하라.” 맹인이 보고, 걷지 못하던 이가 일어서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되는 그 현실 속에서 하나님 나라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드러내십니다. 요한의 옥은 하나님의 역사를 가두지 못했고, 한 사람의 사명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도 주님의 구원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믿음은 모든 상황이 설명된 뒤에 생기는 안정이 아니라, 말씀과 현실이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자라나는 신뢰입니다. 우리가 우연이라 부르는 작은 회복과 변화 속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를 증거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복된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예수를 놓지 않는 사람이 복되다는 선언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요한의 옥과 같은 시간이 있습니다. 기도해도 길이 보이지 않고, 순종했는데 더 좁아진 듯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믿음이 무너지는 때가 아니라, 믿음으로 다시 보게 되는 틈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을 품은 채로도 주님 곁을 떠나지 않을 때, 우리는 고백하게 됩니다. “다른 이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주님이 맞습니다.” 그 조용한 고백이 오늘 우리의 걸음을 다시 내일로 이끌어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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