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불빛, 멈추지 않는 향기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불을 켜기 위하여 감람을 찧어낸 순결한 기름을 네게로 가져오게 하여 계속해서 등잔불을 켜 둘지며” [레위기 24:2]
성소 안에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 가운데 친히 거하신다는 언약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심장을 밝히는 빛이었습니다. 제사장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감람유를 채우고 심지를 다듬으며 이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야 했습니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이었으나, 그 작은 수고가 공동체 전체의 신앙을 붙들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 등불은 말씀과 기도의 불빛입니다. 어제의 뜨거움이 아니라 지금도 꺼지지 않는 불빛을 하나님께서는 물으십니다. 새벽에 드린 기도가 오늘 하루를 밝히는 등불이 되듯, 우리의 영혼은 날마다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기름을 채우고 불을 지켜야 합니다.
또한 성소 안에는 안식일마다 새롭게 진설된 열두 개의 떡이 있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았고 향기로운 연기도 없었지만, 그것은 매주 반복되는 예배의 고백이었으며,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다”라는 기억을 새기는 표징이었습니다. 반복은 권태로 느껴질 수 있으나, 바로 그 반복 속에서 신앙은 깊어지고 정체성은 다져졌습니다. 우리의 예배도 그러합니다. 매주 같은 자리 같아 보여도, 그때마다 하나님 앞에 새로운 삶을 올려드리는 사건입니다. 오늘의 눈물과 오늘의 감사, 오늘의 순종으로 드려지는 예배가 바로 ‘진설병’과 같습니다. 하나님이 빛으로 임재하시면, 우리는 떡처럼 우리의 삶을 주 앞에 놓습니다. 예배는 감동의 순간보다 지속의 자리에 있을 때 참된 능력을 드러냅니다.
레위기 24장의 등불과 떡은 결국 한 가지를 가르칩니다. 바로 “끊어지지 않는 예배”입니다. 신약의 교회는 성전의 기물에 의존하지 않고, 이제 성도 각자가 성령의 전이 되어 세상 속에서 예배자로 살아갑니다. 퇴근 후 가족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억울함을 침묵으로 이겨내는 인내,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작은 배려가 하나님께 올려진 떡이 되고 세상을 밝히는 불빛이 됩니다. 예배는 예배당에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삶으로 이어지는 방향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예배자로 사는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은 반드시 세상을 밝히시고 그분의 나라를 세워 가십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의 불빛을 지키고, 오늘의 떡을 진설하며, 이어지는 예배의 길 위에 서십시오. 그것이 곧 우리의 가정과 교회를 살리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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