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916 [역대하 16:7-9]
2026-09-16 06:52:41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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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온전히 주께 향하는 사람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 [역대하 16장 9절]


   아사에게는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구스의 큰 군대가 몰려왔을 때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주밖에 도와 줄 이가 없사오니.”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아사가 감당할 수 없었던 싸움을 친히 감당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아사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북이스라엘 왕 바아사가 유다를 압박하자 이번에는 하나님께 부르짖기보다 아람 왕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 방법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당장의 위기는 지나갔고 눈앞의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해결된 문제보다 아사의 마음을 바라보셨습니다. 한때 “주밖에 도와 줄 이가 없습니다”라고 고백했던 마음이 어느새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더 든든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하나님만 붙들었던 날들이 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눈물로 기도했던 시간도 있고, 내 힘으로는 도저히 지나올 수 없었던 자리를 하나님의 은혜로 건너온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삶이 조금 익숙해지고 경험이 쌓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어느새 하나님께 묻기보다 내 생각을 먼저 믿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제의 은혜는 오늘의 믿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는 기억이어야 합니다. 그때 나를 살리신 분도 하나님이셨고, 여기까지 나를 데려오신 분도 하나님이셨으며, 오늘의 나를 붙들어 주실 분도 여전히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이 말씀 앞에 잠시 머물러 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아무도 볼 수 없는 마음의 중심을 보고 계십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무엇을 의지하여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입술로 어떤 고백을 하는지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엇을 가장 든든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아십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예배드리고 기도하며 맡겨진 일을 감당하고 있어도 마음은 조금씩 하나님에게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기도하면서도 이미 내 생각대로 답을 정해 놓을 수 있고, 하나님의 뜻을 구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내가 원하는 길이 열리기만을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믿음의 사람도 두려워하고 염려하며 때로는 자기 생각을 앞세웁니다. 다만 흔들릴 때마다 다시 하나님께 돌아옵니다.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하나님께 가져가고, 염려를 품은 채로라도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내 뜻을 붙들고 있던 손을 조금씩 펴서 다시 주님께 맡깁니다. 어쩌면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강한 마음을 가지는 것보다, 흔들릴 때마다 돌아갈 곳을 아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이 염려 때문에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에 가 있다면 다시 주님께 가져오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서운함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도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생각,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까지 숨기지 않고 하나님 앞에 펼쳐 놓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잘 정돈된 마음만 받으시는 분이 아니라, 흩어지고 지친 마음이라도 다시 당신께로 향하는 그 마음을 받아 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에서 더욱 마음에 남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런 사람을 찾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 나서기 전에 하나님의 눈이 먼저 우리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붙들어야만 겨우 관심을 가져 주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온 땅을 두루 살피시며 당신을 향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찾으시고 그를 위하여 능력을 베풀기 원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힘은 우리가 얼마나 굳세게 하나님을 붙드느냐에만 있지 않습니다. 연약한 손으로라도 주님을 붙들 때 그 손을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있습니다. 때로는 기도한 문제가 금세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고, 기다리던 문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으며, 오늘도 여전히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를 살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능력은 언제나 환경을 바꾸는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견뎌야 할 때 견디게 하시고,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리게 하시며,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게 하시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에도 하나님을 놓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을 붙들어 주시는 것 역시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모든 답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의 길을 모두 알고 출발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오늘 내 마음이 주님을 향하고 있으면 됩니다. 일이 잘될 때에도 그것을 내 힘이라 여기지 않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낙심하여 주님에게서 멀어지지 않고, 마음이 자꾸 다른 것을 의지하려 할 때마다 다시 주님께 돌아오는 것입니다. “주님, 오늘 제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 주님을 향하게 하소서. 제 힘보다 주님의 손을, 제 생각보다 주님의 뜻을, 눈앞의 형편보다 지금도 일하고 계시는 주님을 더 신뢰하게 하소서.” 이 고백을 마음에 품고, 우리보다 먼저 우리를 바라보시고 연약한 마음까지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오늘도 우리의 마음이 온전히 주님을 향하고 그 주님이 베푸시는 힘으로 하루를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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