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917 [역대하 17:1-9]
2026-09-17 06:01:15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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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삶을 세울 것인가?

“그가 전심으로 여호와의 길을 걸어 산당들과 아세라 목상들도 유다에서 제거하였더라”[역대하 17장 6절]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합니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앞으로 필요한 것을 마련하고, 혹시 모를 일을 염려하며 대비하기도 합니다. 준비가 잘되어 있으면 마음이 놓이고 계획대로 일이 풀리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계획이 어그러지고 내가 붙들고 있던 것이 흔들리는 날이면 마음도 함께 흔들립니다. 어쩌면 그런 순간에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의지하며 살아왔는지가 드러나는지도 모릅니다. 여호사밧도 왕이 된 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사를 배치하고 성읍을 든든히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까지 성벽과 군사에게 맡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구했고, 전심으로 여호와의 길을 걸었습니다. 믿음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면서도 그것이 나를 붙들어 주는 것은 아님을 아는 마음일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도 여전히 하나님이 필요하고, 손에 쥔 것이 있어도 그것보다 하나님을 더 의지하는 것 말입니다. 오늘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가만히 돌아봅니다. 내가 세워 놓은 계획인지,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익숙한 경험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흔들려도 나를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인지 말입니다.
   여호사밧의 마음이 하나님께 향하자 그의 삶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전까지 남아 있던 산당과 아세라 목상들을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갈수록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 보였던 것입니다. 우리 안에도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오래 품고 있어서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마음,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는 말과 행동,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욕심과 고집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말씀 앞에 오래 머물면 문득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보다 내 모습이 먼저 보이고, 누군가를 바꾸고 싶었던 마음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먼저 만지고 계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신앙의 깊이는 어쩌면 무엇을 더 많이 하느냐보다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내려놓게 되었느냐에서 드러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 앞에 서면서도 끝까지 움켜쥐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주님보다 더 깊이 의지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마음을 살펴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 삶의 겉모습만 단단하게 만드시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마음의 깊은 곳부터 당신의 말씀으로 새롭게 하고 계십니다.
   여호사밧은 마침내 사람들의 손에 하나님의 율법책을 들려 유다의 모든 성읍을 다니게 했습니다. 나라의 바깥에는 군사를 세웠지만 사람들의 삶 한가운데에는 말씀을 세웠습니다. 성벽이 아무리 높아도 사람의 마음까지 지켜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마음을 흔드는 수많은 소리가 있습니다. 형편은 염려하라고 말하고, 상처는 오래 기억하라고 말하며, 조급함은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재촉합니다. 때로는 내 감정이 너무 크게 들려 그것이 진실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씀 앞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말씀은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한 좋은 문장 하나가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이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입니다. 걱정이 앞설 때에도 하나님께서 나를 붙들고 계심을 기억하고, 마음이 상했을 때에도 내가 먼저 은혜 입은 사람임을 기억하며,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는 것입니다. 삶은 하루아침에 단단해지지 않습니다. 오늘 들은 말씀 한 구절을 마음에 품고 한 걸음을 걷고, 내일 또 그 말씀 앞에 마음을 내어놓으며 조금씩 세워져 갑니다. 오늘 우리의 손에는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말씀 위에 오늘의 생각과 말과 걸음을 하나씩 세워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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