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929 [역대하 24:4-14]
2026-09-29 06:19:02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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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것

“그 후에 요아스가 여호와의 전을 보수할 뜻을 두고” [역대하 24:4]


   오늘 말씀은 요아스의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여호와의 전을 보수할 뜻을 두고.” 당시 성전은 단순히 오래되어 낡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달랴의 아들들이 하나님의 전을 깨뜨렸고, 여호와의 전에 속한 성물들을 바알을 위하여 사용했습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더 이상 거룩하게 여겨지지 않았고, 하나님을 예배하던 자리에는 오랜 상처와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요아스는 그 모습을 보고 성전을 다시 세울 뜻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 말씀을 오래 바라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실 때에도 먼저 마음을 만지신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이 어느 날부터 마음에 걸리고,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것이 더 이상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무너져 있던 예배가 보이고, 식어 버린 기도가 마음에 걸리며, 소홀히 대했던 사람이 생각나고, 하나님께서 맡겨 주셨지만 익숙함 속에 가볍게 여기던 것이 다시 귀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에 다시 뜻을 두게 하시는 순간일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많이 이루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귀하게 여기시는 것이 다시 내 마음에도 귀해지는 것입니다. 신앙의 회복은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되기보다 하나님께서 아파하시는 것을 함께 아파하고, 하나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것을 다시 소중히 여기게 되는 마음에서 조용히 시작됩니다.

   그러나 마음에 뜻을 두었다고 해서 모든 일이 곧바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요아스는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에게 성전 보수를 위한 돈을 거두도록 하며 “너희는 이 일을 빨리 하라”고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5절은 레위 사람들이 빨리 하지 않았다고 기록합니다. 좋은 뜻은 있었지만 그 뜻만으로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요아스는 여호야다를 불러 그 이유를 묻고, 이후에는 모세가 광야에서 이스라엘에게 정한 말씀을 따라 성전을 위한 예물을 드리도록 합니다. 그러자 본문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방백과 백성들이 기뻐하며 예물을 가져왔고, 궤가 찰 때마다 그것을 비우는 일이 반복될 만큼 필요한 것이 채워졌습니다. 사람을 재촉하던 자리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질서로 돌아왔을 때 백성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장면은 마음에 품은 뜻도 계속 하나님 앞에서 다듬어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 하면서도 어느새 내 방법을 앞세울 수 있고, 좋은 뜻을 품고 있으면서도 조급함 때문에 사람을 몰아붙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께 묻고 시작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어느 순간 경험과 판단이 기도를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이 때로는 우리를 다시 하나님 앞으로 데려갑니다. 일이 늦어지는 동안 내 안의 조급함을 보고, 막혀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발견하며, 다시 말씀 앞에서 마음과 방법을 고쳐 갑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좋은 뜻을 품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뜻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도 하나님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이루느냐가 아니라 그 길을 누구의 말씀을 따라 걷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인 것은 마침내 성전을 세우는 일에 사용됩니다. 왕과 여호야다는 예물을 공사를 맡은 사람들에게 건넸고, 석수와 목수와 철공과 놋쇠공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감당했습니다. 13절은 “기술자들이 맡아서 수리하는 공사가 점점 진척되므로 하나님의 전을 이전 모양대로 견고하게 하니라”고 기록합니다. 무너진 성전은 한순간에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조금씩 다시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14절에 이르면 성전의 회복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남은 것으로 성전에서 사용할 그릇들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다시 하나님께 번제가 드려졌습니다. 무너졌던 건물이 고쳐진 것이 마지막 장면이 아니라, 무너졌던 예배가 다시 이어지는 것이 마지막 장면입니다. 요아스가 마음에 두었던 뜻도, 백성들이 기쁨으로 드린 예물도, 이름 없는 기술자들의 수고도 결국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로 모였습니다. 이 말씀 앞에서 우리가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것의 마지막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맡겨진 일을 잘 해내는 것보다 더 깊은 바람은 우리의 수고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다시 높임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내 이름은 남지 않아도 누군가의 믿음이 다시 세워지고, 나의 수고는 잊혀도 공동체의 예배가 더욱 견고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마음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처음 하나님께서 마음에 두게 하셨던 것을 잊지 않고, 그것이 내 열심과 욕심으로 변하지 않도록 말씀 앞에서 계속 마음을 살피며, 마침내 내가 지나간 자리에 나의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예배가 남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마음에 두게 하신 것을 소중히 품고, 그 마음이 말씀 안에서 다듬어져 우리의 삶이 다시 하나님을 향한 예배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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