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601 [사무엘하 24:10-17]
2026-06-01 06:26:04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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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범죄하였나이다

"다윗이 백성을 조사한 후에 그의 마음에 자책하고 다윗이 여호와께 아뢰되 내가 이 일을 행함으로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여호와여 이제 간구하옵나니 종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내가 심히 미련하게 행하였나이다 하니라"[사무엘하 24:10]


   인생의 고단한 겨울이 지나고 삶이 좀 살만해질 때, 영혼은 가장 알아채기 힘든 유혹과 마주하게 됩니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고 손에 쥐어지는 성과나 배경이 든든해지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내가 쌓아 올린 눈앞의 것들을 확인하고 의지하고 싶어집니다. 고난의 세월 속에서 하나님만이 나의 반석이시라고 그토록 고백했던 다윗이 왕권이 안정되자마자 감행한 인구 조사가 딱 그랬습니다. 하나님 대신 군대의 숫자라는 눈에 보이는 조건으로 안전을 보장받으려 했던 영적 교만이었습니다.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내 힘을 계산해 보려던 가짜 평안이 깨지는 순간, 다윗이 여전히 하나님의 사람일 수 있었던 건 양심을 치는 성령의 찔림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왕의 체면과 권위를 다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홀로 선 벌거벗은 죄인이 되어 자신의 비참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며 가슴을 쳤습니다. 신앙의 성숙은 내 성공의 높이를 확인하며 안도하는 게 아니라,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내 영혼의 바닥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고요한 대면에서 시작됩니다.

   변명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자비만을 구하는 결단이야말로 메마른 영혼을 다시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솔직하게 자복한 뒤, 선지자를 통해 주어진 가혹한 재앙의 선택지 앞에서도 잔머리를 굴려 손익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의 손이 아니라 오직 자비가 크신 여호와의 손에 빠지기를 원한다"며, 매를 맞더라도 아버지의 품 안으로 기어 들어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비록 공의의 채찍을 맞을지언정 나를 때리시고 다시 싸매어 살리실 분은 하나님 한 분뿐임을 알았기에 가능한, 참 먹먹하고도 깊은 신앙의 고백입니다.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영적 성찰은, 나를 치시는 하나님의 두려운 공의 속에서도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신뢰하며 그 품으로 파고드는 것입니다. 삶에서 겪는 연단과 징계의 시간조차도 우리를 망가뜨리려는 게 아니라, 우리를 옥죄는 가짜 우상들로부터 떼어내어 다시 하나님 한 분만으로 충분한 삶을 살게 하시려는 아버지의 아픈 사랑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흘 동안 온 땅에 전염병이 돌며 수많은 백성이 쓰러지고 통곡 소리가 땅을 가득 채울 때, 다윗은 파멸의 칼을 든 천사를 바라보며 "나는 죄를 지었지만 이 양 무리는 무슨 죄가 있습니까, 차라리 주의 손으로 나와 내 집을 치소서"라고 피를 토하듯 부르짖었습니다. 리더인 자신의 교만이 주변과 공동체에 얼마나 무섭고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똑똑히 보며 책임을 통감했던 이 목자의 눈물은, 훗날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모든 걸 쏟으신 예수님의 대속적 사랑을 깊이 묵상하게 만듭니다. 오늘 우리 삶의 자리를 돌아봅니다. 가정이나 터전, 혹은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갈등과 아픔의 비바람이 불어닥칠 때 우리는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여전히 억울한 상황이나 시대를 원망하고, 타인을 향해 팽팽하게 날을 세운 손가락질로 내 정당함만을 증명하느라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 타인을 향했던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고 내 가슴을 깊이 두드리며 "하나님, 누군가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내가 범죄하였고 나의 교만 때문에 주변이 아파하고 있습니다"라는 참회의 고백이 터져 나와야 할 때입니다. 내 계산과 방법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처분과 자비에 나를 온전히 맡길 때, 주님께서는 겨누셨던 심판의 칼을 거두시고 아픔이 가득했던 그 자리를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은혜의 처소로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정죄를 멈추고 주님 앞에 엎드리는 이 고요한 성찰을 통해, 무너진 우리 심령에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의 단비가 부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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