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720 [열왕기하 20:12-21]
2026-07-20 06:19:16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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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받은 뒤, 무엇을 보여 주고 있습니까?

[열왕기하 20:13]
히스기야가 사자들의 말을 듣고 자기 보물고의 금은과 향품과 보배로운 기름과 그의 군기고와 창고의 모든 것을 다 사자들에게 보였는데 왕궁과 그의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히스기야가 그에게 보이지 아니한 것이 없더라

    히스기야는 하나님께 큰 은혜를 받은 왕이었습니다. 앗수르의 위협 앞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했고, 죽을병에 걸렸을 때에는 생명을 십오 년이나 연장받았습니다. 해 그림자가 뒤로 물러가는 놀라운 표징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처럼 큰 은혜를 경험한 사람도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넘어질 수 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바벨론 왕 브로닥발라단이 히스기야에게 사신을 보냈습니다. 겉으로는 병이 나은 것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당시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입니다. 앗수르의 위협을 받고 있던 유다에게 바벨론의 접근은 매력적인 기회였을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사신들에게 왕궁의 보물과 무기고와 창고의 모든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성경은 "보이지 아니한 것이 없더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보여 준 것은 단순한 재산 목록이 아니었습니다. 유다의 부와 군사력, 그리고 히스기야가 자신의 안전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는 금과 은과 무기를 보여 주었지만, 자신을 죽음에서 살리시고 나라를 지켜 주신 하나님을 증언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우리도 하나님께 은혜를 받은 뒤 히스기야와 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정을 지켜 주셨는데 가정의 형편을 자랑하고, 하나님께서 일터의 길을 열어 주셨는데 자신의 능력만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워 주셨는데 규모와 시설과 업적을 교회의 힘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교만은 하나님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돈과 사람과 지위와 경험을 더 의지하는 것이 교만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하나님보다 크게 여기고, 그것으로 자신의 가치와 안전을 증명하려는 마음이 교만입니다.
    그러므로 고난 가운데 기도하는 것만큼이나 은혜를 받은 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이 잘될수록 더 깊이 기도해야 하고,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수록 더 낮아져야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보여 줄 것인가보다, 나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사야는 히스기야에게 장차 그가 보여 준 모든 것이 바벨론으로 옮겨지고, 후손들 가운데 일부가 포로로 끌려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말씀이 선하다고 고백했고, 역대하는 그가 자신의 교만을 뉘우쳤다고 기록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실패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지만, 회개하는 사람을 외면하지도 않으십니다. 믿음의 사람도 넘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 앞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히스기야의 대답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남습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선고되었을 때에는 얼굴을 벽으로 향해 울며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자손과 나라의 미래에 관한 심판을 들었을 때에는 그때처럼 간절히 중보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우리 역시 자신의 건강과 가정과 생계를 위해서는 간절히 기도하면서도 교회의 미래와 다음세대를 위해서는 너무 쉽게 체념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다", "다음세대는 어쩔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이미 힘을 잃었다"고 말하며 기도의 책임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을 보면서도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는 자기 시대의 평안만을 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세대의 믿음까지 품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할 언약 공동체입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을 살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가장 자랑하고 있습니까? 나는 무엇이 있어야 안전하다고 느낍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것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고 있습니까? 나의 평안만이 아니라 다음세대의 믿음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까?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간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겸손입니다. 실패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회개입니다. 위기의 시대를 사는 교회에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끝까지 이어지는 중보의 기도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감사히 사용하되 그것을 우리의 구원자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을 자랑하기보다 그 모든 것을 베푸신 하나님을 증언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정과 교회와 다음세대의 미래를 위하여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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