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51027 [민 26:1-4, 63-65]
2025-10-27 06:18:30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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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대, 같은 약속

"이는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이 계수한 자라 그들이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가 모압 평지에서 이스라엘 자손을 계수한 중에는 모세와 제사장 아론이 시내 광야에서 계수한 이스라엘 자손은 한 사람도 들지 못하였으니" [민 26:63–64]


   광야의 끝자락, 요단 건너 여리고가 보이는 시띔 평지에서 이스라엘의 사십 년 여정이 마무리됩니다. 그 길은 단순한 방황이 아니라, 인간의 불순종을 걸러내시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드러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에게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을 계수하라.” (26:2) 이 말씀은 단순한 인구조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새로운 세대를 부르시며 약속을 다시 세우시는 선언이었습니다. 첫 세대는 불신앙으로 광야에 묻혔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자녀들을 일으켜 언약의 명단에 올리셨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실패 위에 심판만을 새기지 않으시고, 그 위에 새로운 순종의 씨앗을 심으십니다. 광야의 무덤은 절망의 상징이 아니라, 약속이 시작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민수기 26장은 표면적으로는 세대 교체의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약속의 연속성이라는 하나님의 신학적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세대는 사라져도, 하나님의 언약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변덕스러운 인간의 믿음에 자신의 약속을 걸지 않으시고, 그분의 신실하심 위에 구속의 역사를 세우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누가 남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내 약속을 이어갈 것이냐”를 물으십니다. 그 질문이 오늘 우리에게도 들려옵니다. 교회의 세대가 바뀌고 세상의 흐름이 달라져도, 하나님께서 이어가시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우리의 사명은 단순히 교회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을 이어 믿음의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각자의 광야를 걷고 있습니다. 때로는 길이 막히고, 기도의 응답이 더디고,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도 일하고 계십니다. 광야는 끝나지만, 약속은 계속됩니다. 하나님은 실패 위에 새 일을 행하시며, 무너진 자리에서 새 세대를 준비하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약속을 기억하는 하루로 살아가십시오. 말씀 앞에 머물고, 감사로 하루를 시작하며, 두려움 대신 믿음으로, 원망 대신 순종으로 살아가십시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며 말씀하십니다. “너는 여전히 나의 약속의 사람이다.” 우리의 작고 평범한 하루가 그렇게 하나님의 언약을 이어가는 거룩한 자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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